전공자도 읽기 어려운 ⟪노화의 종말⟫ 대신 읽어드림 ⋅ 1

by KYYB 2024-04-01


아프지 않고 건강한 몸으로 오래 살기를 바라시나요? 이제는 정말로 가능할지도요.


Editor. Im Su Min


지난 수십 년 동안 전문가들은 우리가 유전자에 좌우되며, 나이를 먹을수록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유전자의 자연적 손상이 우리를 아프게 하고, 늙게 만든다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하버드 의대 데이비드 싱클레어는 그의 책 ⟪노화의 종말⟫(원제: LIFESPAN)에서 노화의 메커니즘을 찾아냈다고 주장하며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노화'에 대한 통제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15년이 넘는 노화 연구를 통해  ‘노화의 정보 이론’을 찾아내었고, 정보 상실이 노화를 초래하지만, 정보의 ‘오리지널’만 있다면 얼마든지 복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선뜻 와닿지 않지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몸속에 존재하는 ‘정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우리 몸속의 디지털 정보와 아날로그 정보

DNA와 후성유전체


간단히 말해 생물체에는 두 가지 종류의 정보가 있으며, 둘의 암호화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첫 번째 정보는 디지털 정보, DNA입니다. 디지털 정보가 0과 1의 이진수 코드로 되어 있는 것처럼, DNA는 사진수로 된 암호 방식을 사용합니다. 디지털 정보는 대단히 정확하게 여러 번 되풀이되어 복제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PC에서  생성한 워드 파일을 USB와 같은 이동식 메모리에 복사해도 두 파일은 생성 시기만 다를 뿐, 완전히 같은 내용을 담고 있으며, 우리는 해당 파일을 하드 디스크, 이동식 메모리, 클라우드 서비스 등등 어디든 동일한 파일을 복제하여 생성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와는 암호화 방식이 다른 또 다른 정보가 존재합니다. 그것은 바로 아날로그 정보로, 이는 ‘후성유전체’라 불립니다. 유전 정보가 DNA에 저장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후성유전 정보는 염색질에 저장됩니다. 참고로 염색질은 세포핵 속에 존재하며 DNA와 ‘히스톤’이 결합되어 있는 단백질 복합체를 가리킵니다.

후성유전체는 히스톤 단백질에 DNA를 느슨하게 혹은 꽁꽁 감듯이 포장을 하는데, 이 포장 정도를 통해 유전자 발현 스위치를 제어합니다. 마치  스위치로 전등을 끄고 켜는 것처럼, 유전자를 적재적소에 발현되게 하는 스위치가 바로 후성유전체입니다.  메틸기(-CH3)와 아세틸기(-COCH3)가 대표적인 스위치로, 이런 분자 표지가 히스톤 구조를 변화시켜 DNA가 촘촘하게 감기면(메틸화) 유전자 발현이 억제되고 느슨하게 풀리면(아세틸화) 촉진된다고 보면 됩니다.

후성유전 정보는 DNA에 담긴 유전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 그 활용 방식과 세포의 특성을 결정합니다. 쉽게 말하면, 다 같은 세포 같아도 어떤 건 간에서 간세포의 역할을 하고, 어떤 건 피부에서 피부세포의 역할을 합니다. 이는 바로 세포가 각각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후성유전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유전 정보가 적재적소에서 필요한 부분만 발현되도록 조절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손상된 DNA를 수리하는 것도 후성유전체의 또 다른 역할 중 하나입니다. 후성유전 인자 중에서도 서투인은 DNA의 안정, 수선, 세포 생존, 대사, 세포 간 의사소통 등의 임무를 띤 다양한 특수 응급팀을 파견하는 총지휘관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서투인은 다음 키비투스에서 좀 더 상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 두 가지 정보는 어떻게, 왜 손실되는 것일까요?



우리 몸속에는 디지털 정보뿐 아니라 아날로그 정보가 같이 존재한다. ⓒ KYYB




그랜드 피아노와 연주자에 빗대어 알아보는 노화의 메커니즘

“피아노 연주자가 미쳤나 봐요.”


⟪노화의 종말⟫에서 데이비드 싱클레어가 말하는 노화의 메커니즘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한마디로 표현하면 ‘정보의 손실’입니다. 이는 디지털 정보와 아날로그 정보를 모두 포함하기는 하지만, 그가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은 ‘아날로그’ 정보, 즉 후성유전체의 손실입니다.

‘노화의 메커니즘'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그는 DNA와 후성유전체를 각각 ‘그랜드 피아노’와 ‘연주자’로 비유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정해진 악보대로 아무 문제 없이 연주가 잘 됩니다. 중간중간 어쩌다 잡음이 들어가긴 하지만,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연주자의 연주가 점점 이상해져버립니다. 악보대로 잘 흘러가던 연주가 갈수록 이상해진 데에는 ‘피아노’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악기는 온도, 습도, 먼지와 같은 외부 물질에 민감하므로 피아노 자체에 손상이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이를 우리 몸에 적용하면 흡연, 강력한 방사선 노출 등 여러 가지 연유로 인해 DNA(피아노)가 끊기는 일이 발생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이상이 감지되면 후성유전체는 복원을 위한 활동을 시작합니다. 피아노 연주자가 연주를 잠시 멈추고 건반에 묻은 오염물을 닦는다거나 수리를 하는 것과 비슷하죠.

후성유전체가 DNA 복원에 집중하다 보니, 원래 하던 일 즉, 유전자 발현 ‘스위치’를 끄거나 켜는 활동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유전자 발현 스위치가 잘못 켜지고 꺼지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태어날 때는 의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후성유전체가 바뀌는 것이지요. DNA 수리를 하러 나갔던 우리의 연주자(후성유전체)가 자신의 본분을 잊고 연주석으로 돌아오지 못하기도 합니다. 연주석이 없어졌을 수도 있고, 과로로 인해 더는 일하고 싶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세포는 정체성을 잃고 기능 이상이 발생하며, 장기 고유의 기능도 떨어지게 됩니다. 노화의 징후로 여기는 현상들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후성유전체가 본래의 역할을 잊게 되면서 우리는 ‘늙게’ 되는 것입니다.



연주 중간에 연주자가 사라진다면? 음악은 멈추고 객석은 술렁인다. 이는 곧 아날로그 정보의 손실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노화가 발생한다.




컴퓨터에 빗대어 알아보는 노화의 메커니즘

“하드웨어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소프트웨어끼리 충돌하는 것 같으니 공장 초기화를 해보시죠.”


혹시 이런 경험 없으신가요?

휴대폰을 떨어트리거나 충격을 가한 것도 아닌데, 기능에 문제가 발생해서 수리하러 갔더니 ‘하드웨어적인 결함은 발견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끼리 출동해서 빚어지는 상황 같으니 공장 초기화를 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장 초기화를 해보니 정말 예전의 문제가 싸악 사라졌던 경험이요. 아니면, 이런 경험은요? PC에 특정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이상 증상이 반복되어, ‘시스템 복원' 기능을 활용해 특정일 기준으로 되돌렸더니 당연히 문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잘 사용할 수 있었던 경험 말이지요.

데이비드 싱클레어는 DNA와 후성유전체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앞의 예시처럼 우리 사람도 하드웨어(DNA)적인 손상보다 소프트웨어의 문제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가 노화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그는 자신의 세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하나는 유전자 조작 없이 후성유전 정보의 변질만으로 노화가 발생하는지, 다른 하나는 이미 노화한 세포를 ‘야마나카 전사인자’로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었습니다(야마나카 전사인자도 다음 기회에 다뤄볼게요). 이 두 가지 실험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후성유전 정보의 조작을 통해 노화를 가속화할 수도 또 역방향으로 되돌릴 수도 있다는 것사실입니다. 또한, 우리 몸에는 본체를 리셋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백업 카피가 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데이비드 싱클레어는 ‘어떤 노화’는 되돌릴 수 없지만, ‘어떤 노화’는 아직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완전 파손된 DVD로부터는 정보를 복원할 수 없지만, 살짝 긁힌 DVD로부터는 정보를 복원할 수 있는 것처럼요! 아직 영장류에 대한 실험이 이뤄진 것은 아니기에 완전한 답을 찾은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데이비드 싱클레어를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 DVD에 난 스크래치를 없앨 방법을, 혹은 스크래치가 있어도 잘 재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또 찾고 있습니다.

우리는 조만간 우리 몸에 자동 저장되어 있는 ‘백업본’을 활용해 노화를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백업본을 활용해 예전의 데이터로 되돌리는 것처럼, 우리도 노화를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후성유전적 정보 손실을 막기 위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


노화의 원인과 메커니즘을 알게 된 우리는 이제 더이상 노화가 진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요?

그건 바로 후성유전체가 본래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특히 후성유전체들이 DNA 손실에 대응하느라 본래의 유전자 발현 스위치 조절하는 일에 소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그중에서도 흡연은 DNA 손상에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또한 플라스틱 병과 일회용 포장용기를 비롯한 플라스틱에 들어 있는 폴리염화바이페닐과 같은 화학 물질도 조심해야 합니다. 몇몇 맥주, 대다수의 절인 고기, 특히 요리한 베이컨 등은 암을 유발하고 DNA를 손상시킬 수 있으니 적게 섭취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방사선도 되도록 피하는 것이 상책이고, 이 밖에도 수은, 다이옥신, 염소계 살충제 등등 모두 DNA를 손상시킬 수 있는 물질이니 피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신경을 쓰다 보면 사실상 너무 많은 제약이 생겨버립니다.

슬프게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상, 우리가 몇 살이든, 이미 DNA의 손상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노화해버린 사람들은, 이미 수도 없이 DNA의 끊김을 겪어온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그들에게는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바로 어떤 ‘알약들’입니다. 이 책의 출간 이후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판매된 것은 ‘NMN’과 ‘NAD’가 함유된 알약입니다. 왜 이 성분이 인기를 얻게 되었을까요? 다음 키비투스에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수정 및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수정